Part 2. Concept, Design, Make-up
사용자화 I Customization
하여튼 이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다양하고 자칫 실수하면 위험하기까지 한 이 물건을 만들고자 마음먹었으니 이제부터 차근차근 만들기 위한 과정을 밟아 보려 합니다.
저는 왜 이 도전에 흥미를 느끼는 걸까요? 시중에 파는 물건들 중에 저의 Needs에 맞는 제품(분명 있을 겁니다)을 찾아 그걸 쓰면 될 것을 왜? 굳이 만들어야 할까요? 이제 와서 이런 질문을 던져봐야 뭐하겠습니까. 도전은 언제나 재미있고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개성을 현실화시키는 작업은 늘 가장 즐겁고 활기 넘치는 일입니다. 저에게는 활력소 그 자체입니다. 그래도 요약해서 명분을 만들어 봅니다. “저에게 더 잘 맞는 물건을 만들 수 있고 이런 해법이 더 익숙하기 때문입니다.”
원하는 바 I Requirements
제 사용 환경에 맞는 요구사항(Needs)은 이렇습니다.
1. 소켓 간의 간격이 매우 넓었으면 합니다. (55mm 이상, 65mm~68mm 권장)
2. 병렬로 배치한 10구 이상이었으면 합니다. (너무 길기만 한 건 정말 처치 곤란입니다)
3. 소켓의 배치 각도(방향)가 모두 똑같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수직, 수평을 상황에 맞게 조정했으면 합니다)
소켓 간의 간격이 넓고 병렬로 배치한 10구 이상의 확장성에 소켓의 배치 각도를 제각기 다르게 할 수 있는 멀티탭을 만들고자 합니다. 여기에 케이블 정리를 조금 더 정갈하게 하면서 동시에 먼지가 덜 적체되도록 세워줄 수 있는 디자인을 적용해 보려 합니다.
조금 풀어 보겠습니다. 첫 번째 조건은 간결하고 명확합니다.

앞서 언급한 내용입니다. 분홍색으로 표현한 어댑터들이 이래저래 간섭을 일으켜 바로 붙여 꽂을 수 없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소켓의 방향이 수평이든 기울어진 것이든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통상 규격인 42mm를 저만의 규격 65mm로 넓혀 소켓 간의 간격을 넓게 배치하면 덩치 큰 어댑터들은 물론이고 길이가 길어 접어서 보관해야 하는 전선 뭉치도 바로 옆에 끼워진 전선이나 어댑터에 덜 간섭되기에 깔끔하고 여유롭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조건은 다음 Chapter에서 다루기로 하고 세 번째 조건은 명확하진 않지만 급변하는 기기 사용 환경이나 시대 변화에 따라 제 주변 Condition이 바뀌기 때문에 마련하게 된 설정입니다. 해마다 이런저런 종류의 전자제품을 구매하고 취급하고 개발하게 되는데, 해를 거듭할수록 느끼는 점이 충전기가 점점 작아지고 있지만 의외로 방향성 때문에 골치 아프고 번거롭다는 점입니다. 이미 익숙하시겠지만 최신 휴대기기용 충전기들은 플러그(AC)로 꽂고 USB(DC)로 출력합니다. 플러그 쪽 방향이 직렬과 앵글(ㄱ) 두 가지 타입으로 제작되고 USB 쪽 단자 = 커넥터(Connecter) 역시 직렬과 앵글(ㄱ) 두 가지 타입으로 제공됩니다. (다만, 앵글 플러그에 앵글 USB 단자 제품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어떤 제품이건 둘 중 하나는 직렬이니 전체 외형은 일자형(l)이나 앵글형(ㄱ) 두 종류만 존재합니다. 전체 직렬 구조의 일자형 제품(아래 그림의 1번)은 소켓의 기울기(회전)에 관계없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으며 이웃 소켓에 간섭을 일으키지 않습니다. 그러나 앵글(ㄱ) 제품은 수평 향으로 배열된 소켓에선 USB 단자+기판이 내장된 하우징과 제법 두께와 탄성이 있는 전선 때문에 이웃 소켓에 간섭을 일으키게 됩니다. 당연히 각도가 있는 소켓이어야만 간섭 없이 사용할 수 있습니다. 소켓의 수평 향 배치는 첫 번째 조건으로 설정한 65mm 간격으로도 간섭이 발생하기 때문에 필요에 따라 모든 소켓 방향을 제각기 돌려 조립할 수 있다면 어떻게 변화할지 모르는 미래의 환경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란 막연한 기대가 섞인 설정입니다.

휴대기기용 충전기의 유형, 1번과 2번이 주류이고 5번은 벌써 구형(Old school)으로 인식됩니다.

휴대기기용 충전기를 멀티탭에 꽂았을 때 발생하는 간섭 확인

소켓의 배치 각도(방향)가 모두 똑같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필요에 따라 수직, 수평을 상황에 맞게 조정했으면 합니다)
형상 이외에 여러 개의 전기-전자 기기를 사용할 때 꼭 따져봐야 하는 것은 총 전력 사용량입니다. 현재 사용하는 기기들 중 피크 전력이 가장 높은 녀석들을 합산해보니 1,940W로 2K 와트가 조금 안됩니다. 최소는 292와트 전후입니다. 12구 총합산은 2,232와트로 220V 12A 이상이면 적정하게 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됩니다. 물론 최대 용량을 꽉 채워 사용하는 것은 약간 무서우니 여유분 추가해서 3K와트 허용 용량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시중에 판매하는 일반 멀티탭이 250V 16A 정도로 4K 와트로 공급되므로 이 제품들이 사용하는 KS 규격부품을 이용해 만들면 12구라 해도 터지진 않을 것이라 믿고 진행해 봅니다. (전문적인 지식이나 경험이 없다면 따라 하지 마십시오. 위험합니다. 개념 없이 시도하는 불상사는 일어나선 안 되니 유사행위는 물론 꿈도 꾸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전력 사용량 추산, Option 1 = 최대, Option 2 = 최소
그림을 그려 봅시다 I Concept Direction
갈 길이 정해졌으니 밑그림을 그려봅니다. 기본 컨셉입니다. 병렬 배치를 원했으니 한 열에 6개씩 2줄로 12개의 소켓을 배치합니다.

AC 12구에 USB-PD를 포함해 랩톱 어댑터를 대신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한 초기 컨셉
욕심을 살짝 부려 병렬 12구에 AC-DC, DC-DC SMPS를 넣어서 USB 충전구도 몇 개 넣어주면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 두께도 제법 두껍게 만들어서 옆으로 세워도 넘어지지 않고 전선들의 탄성을 잘 이겨낼 수 있도록 꿈을 꿔 봅니다. 정말 마음 것 욕심을 부리려 하니 정말 한도 끝도 없습니다. 무선충전에 여행이나 출장 갈 때 들고 다닐 수 있도록 전선을 분리하는 아이디어도 추가합니다. 12구에 8개의 USB 충전 포트는 그야말로 과다입니다. 이렇게 하면 소켓 4구 정도는 덜어내고 크기와 부피를 줄여도 될 듯합니다. 여기에 하나 더 해서 시중에 제법 나와 있는 IoT 모듈을 활용해서 블루투스와 와이파이까지 연결해 원격으로 제어하고 전력량도 모니터 할 수 있게 만들어 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정말 하다 보니 제 Needs 보다 사족이 더 많은 거대한 DIY 프로젝트가 되어 버렸습니다. 신난 마음 안고 여러 전문가에게 조언을 구해 봅니다. 결론부터 언급하자면 이구동성 ‘그만두시게나’였습니다. 다만 욕심을 버리고 최소한의 요구조건으로 도전해 본다면 해 볼만하다는 선에서 이렇게 하면 안 된다는 여러 조언과 충고를 얻었습니다. 컴퓨터 전선은 플러그-소켓 구조상 허용 용량에 한계가 생각만큼 높지 않았고 접촉 오류로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고 합니다. 안전장치, 그러니까 누전차단기나 배선차단기 같은 부품을 꼭 사용하라고 하시니 배제하면 안 되겠습니다.

욕심을 덜어내고 담백하게 그려낸 최종 컨셉
이런저런 이유로 현실은, 한 것 욕심을 부려본 디자인은 다음 기회로 미뤄 두고, 담백하게 220V 소켓 12개와 민감한 배선차단기 하나를 추가 배치하는 쪽으로 정리합니다. 소켓 간의 간격은 65mm입니다. 소켓 방향, 즉 각도는 일단 수평 대형으로 배치했지만 실제 만들 때 필요에 따라 변경하는 쪽으로 계획을 잡아 둡니다.
이제 계획도 세웠고 방향도 정해졌으니 모델링을 시작합니다.
중요 부품 수배 I Get Parts
우선 그전에 모든 부품을 다 만들어 사용할 순 없으니 소켓이나 전선, 스위치는 미리 점찍어 둔 것들을 주문합니다. 가정용 매입 아웃렛 1구짜리 12개를 주문하고 자주 사용하진 않겠지만 스위치 대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배선차단기도 주문합니다. 전선은 충분한 용량을 감안해 2.5sq 규격으로 충분히 구매합니다. 프린팅 시간도 줄이고 조금 더 단단하게 고정하기 위해 35mm 길이의 육각 지지대를 왕창 주문하고 벽에서 끌어올 전선은 오래되어 망가진 멀티탭의 따로 보관해 두었던 멀쩡한 전선을 창고에서 꺼내 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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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입형 1구 아울렛(소켓) | 2.5SQ 전선 (충분히) | 15A 배선차단기 | 육각지지대 (난연플라스틱) |
이 외에도 볼트, 실리콘, 무연납, 스크루 드라이버, 커터, 니퍼, 롱노즈 같은 몇 가지 소모성 부품과 도구, 자재가 더 필요하다는 것은 이야기 안 해도 아실 겁니다.
부품은 준비됐으니 기본 컨셉에 맞춰 서둘러 모델링을 해 봤습니다.
3차원 설계 I Design Modelling
기본 컨셉에 거의 흡사한 모델링이 완성되었습니다. 길이 440mm, 넓이 160mm, 높이 57mm, 소켓의 가로 간격은 65mm, 소켓의 세로 간격은 70mm입니다. 프린터의 Bed(제작판) 크기 한계로 420mm으로 제작하려 했으나 배선차단기와 외부 전선 연결 구간을 포함해 전선의 수납과 회절(구부림)을 고려해서 440mm로 키워야만 했습니다.

안쪽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1구 아웃렛(소켓) 12개가 2열로 배치되어 있습니다. 다행히 저가 사용 중인 앵글(ㄱ) 형 충전기는 4개 이내여서 소켓을 돌리지 않고 수평 향으로 배치해도 충분히 깔끔하게 사용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양끝의 4개를 사용하면 간섭 없이 사용할 수 있음) 그러나 추후 전선 정리함을 만들어 함께 사용하게 될 때 지금은 예측할 수 없는 모호함이나 난해함이 발생한다면 분해해 소켓 4개의 방향을 다른 것들과 달리 수직 방향으로 돌려 배치할 수 있으므로 충분히 '조건'에 충족한 디자인이라 선언하며 자축합니다.

마음이 급한 관계로 배선 상황까지 정밀하게 모델링할 필요는 없다 생각하고 모델링에 넣진 않았지만 공간과 궤적을 염두하고 모델링한 것이라 전선이 보이지 않을 뿐 충분한 공간을 지니고 있습니다. 외주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할 때는 모든 내장 부속과 충전재를 빠짐없이 모델링한 뒤 조립 용이성과 부품 간의 간섭 검증을 포함해 각종 시뮬레이션을 거치며 오류를 최소화해야 합니다.
여하튼 모델링도 다 됐고 부품도 다 앉혀 나름대로의 검토도 됐으니 이제 제작 과정으로 넘어갑니다. 당연히 3D 프린팅입니다.

<윗 뚜껑, Top-cover, 상판>

<메인 프레임, Main-frame, 구조판>

<아래 뚜껑, Bottom-cover, 하판>
크기가 있어 대각 배치해야 했고 덕분에 예상 시간보다 더 걸렸습니다. 가장 큰 상판, 즉 윗 뚜껑(모델링 그림의 파란색 부분)은 44시간 정도 걸렸고, 메인 프레임(구조판, 부품과 아웃렛을 결착하는 부품, 회색 부분)은 50시간이 넘게 걸렸습니다. 아래 뚜껑(하판)도 추가해서 전체 프린팅 시간은 Day Count로는 7일 걸렸고 Time Count로는 142시간을 조금 넘겨 꽉 찬 6일이 소요되었습니다. 한 대의 기기로 순차 프린트를 하다 보니 정말 기다리기 지루했습니다. 중간에 오류라도 발생하게 되면 시간이 한없이 늘어났을 텐데 큰 사건 없이 단번에 프린트되어 다행입니다.
안타깝게도 프린트 중인 사진을 건지지 못했습니다. 여러 장 찍긴 했지만 이런저런 문제로 사용할 순 없어 정말 속상합니다. 조금 더 신중하게 기록을 남겨야 했는데 가볍게 생각했던 것 같아 반성하게 됩니다.
프린팅 사진은 이렇게 건너뛰기하고 껍데기는 만들었으니 이제 미리 준비한 부품들을 가져와 조립합니다. 전선을 조심스럽게 잘라 정렬하고 1구 소켓에 조심스럽게 차근차근 끼워 2열 횡대를 만듭니다.


전선 작업을 하는데, 뭔가 이상합니다. 아무 생각 없이 직렬연결이랍시고 이렇게 한 겁니다. 이렇게 연결하면 큰일 납니다. 합선시켜 놓은 꼴이라 안전장치 없으면 전기 들어가는 순간 터집니다. 경우에 따라 감전과 화재로 직결됩니다. 화들 짝 놀라 모든 선을 분리하고 다시 시작합니다. 전선 연결은 정말 신중하게 정신 차리고 해야 합니다. 휴, 한 숨 돌리며 놀란 가슴 부여잡고 꼼꼼히 하나하나 챙겨가며 배선을 마무리합니다.

망가져 버리려던 멀티탭에서 혹시 쓸까 하고 분리해 두었던 전선입니다. 이게 없었다면 이 부속도 구매해야 했을 텐데 수거해 두어 다행입니다. 갈색과 파란색이 전력선이고 녹색은 접지선입니다. 단선 확인을 한 뒤 연결합니다.

메인프레임에 배선과 조립을 완료한 상태입니다. 무섭지만 이 상황에서 최종 점검을 위해 차단기를 내려 단락 시켜 놓고 덩그러니 벽에 매입되어 있는 아웃렛(콘센트) 소켓에 플러그를 조심스럽게 살며시 밀어 넣고 심호흡을 합니다. 차단기 스위치를 올려야 하니까요. 심호흡을 한 번 더 합니다. 아무래도 겁이 납니다. 전기 작업은 매번 무섭고 겁이 납니다. 심호흡을 몇 번 더 하고 스위치를 올립니다. 아무 변화가 없습니다. 혹시 감전될까 무서워 만질 순 없으니 스위치를 내리고 윗 뚜껑을 덮은 뒤 다시 스위치를 올립니다. 역시 아무 변화가 없습니다. 조명용 어댑터를 가져와 꽂은 다음 스위치를 켜 봅니다. 조명이 활짝 켜집니다. 다른 소켓들도 정상 작동합니다. 정말 다행입니다.

스위치를 내리고 플러그를 뺴 단락 시킨 다음 내부 배선을 한 번 확인하고 윗 뚜껑을 볼트로 완전히 고정해 최종 조립을 완료합니다. 초기 조립은 앵글 타입의 어댑터가 몇 없는 관계로 모든 소켓을 수평 대향으로 마무리했습니다. 이렇게 일단 1차 도전은 성공입니다. 작업 대를 정리하고 밝은 거실로 들고 가 영롱한 모습을 사진에 담습니다. 거대하고 묵직한 것이 조금 부담스럽습니다. 다음 도전에서 부피를 줄여야 한다는 추가 목표가 설정됩니다. 머릿속이 벌써부터 업그레이드 생각으로 가득합니다.
우선은 책상에 놓고 사용하며 개선점과 변경점을 발굴해야 합니다. 최소 6개월 정도 충분히 사용하며 경험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중요 항목들이 나열될 것입니다.
# 당부의 글, 절대 따라 하지 말 것, 안전을 위해 자작 대열에 합류하지 말 것 #
항상 그래 왔듯 건강에 유념하며 언제나 즐겁게 꿈을 실현하는 행복한 삶을 이루시기 바랍니다.
- Spaceuncle #3.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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